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일본역사] 잃어버린 20년 일본이 장기불황을 겪은 이유

by 역사와 여행 2020. 2. 4.
반응형

1991년 이래, 일본은 장기불황이 지속되면서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시달렸다. 전후 일본 경제체제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위기로써 이전의 불황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불황은 거품 경제가 무너지고 금융권의 부실 채권이 대량으로 발생하면서 시작되었다. 대출을 통해 사들인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거품 경제의 붕괴로 한없이 하락했다.

하지만 은행에서 빌린 원금과 이자는 그대로 떠안게 되었다. 따라서 개인과 기업들은 그 돈을 갚을 능력을 상실하게 된 것이었다. 은행은 돈을 빌려 주고도 회수할 수 없게 되어버린 것, 이것이 바로 부실채권이었다.

'일본국채증서'

하지만 부실채권이 이토록 오랫동안 불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속시킨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었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급격한 정보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새로운 시대에 일본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첨단 정보통신이 혁명적으로 발달하면서 모든 산업분야에서 컴퓨터가 사람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인간이 부지런히 힘들여 하던 작업을 이제는 컴퓨터가 도맡아 인간보다 더 잘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는 성실함이 아니라 무한한 정보를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이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더구나 WTO 체제의 출범으로 보호 관세의 장병이 무너지면서 세계는 하나로 급속히 묶여 가고 있다. 이렇게 속도가 중요시되는 세상에서 상명하복, 상부의 지시만을 마냥 기다릴 시간이 없는 것이었다. 집단이 시키는 것이라면 먼지라도 센다는 일본인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 시대가 온 것이다.

'WTO 본부'

이러한 시대는 새로운 대전환, 일본이 지니고 있는 체질의 완전한 변화를 요구하였다. 하지만 기존 체제가 사회 곳곳에서 체질화 되어있는 일본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창의력’이란 언어는 일본인에게는 아주 낯선 단어라는 점이다. 창의력이란 새로운 개념을 찾아내 기존에 있던 개념들을 새롭게 조합해 내는 과정이다. 이러한 창의력은 내부로 집중하여 마음의 소리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을 통해서 나타난다. 하지만 항상 외부 또는 집단을 의식해야 하는 일본인의 특성 상 가장 하기 어려운 행위일 것이다.

일본은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장기 불황의 늪에 빠져 있었다. 그러는 동안 한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특정 산업분야(첨단정보통신)에서 일본에게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불황에 시달리던 일본경제는 2004년 오랜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와 화려한 부활을 맞는 듯 했다. 하지만 2008년, 미국에서 야기된 금융공황으로 인해 일본은 다시 불황속으로 빠져들었다. 세계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던 일본의 비중은 급격히 떨어지고 OECD 회원국 중 국가부채 비율 1위의 오명을 섰다. 이로 인해 일본은 처음으로 세계 2위 경제 대국의 지위를 중국에게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일본의 막대한 재정적자는 20년간 지속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발생하였다. 하지만 일본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국가 부도를 당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왜냐하면 일본 정부가 발행한 국채의 90% 이상을 일본 은행이나 일본 국민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경제가 심각한 상황에 빠지더라도 이들이 국가부도로 연결되는 국채 투매에 나서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은행들은 장기불황 20년간 막대한 불량채권을 처리하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이로 인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세계금융시장의 버블 행진에 가담할 여력이 없었다. 역설적으로 이로 인해 일본은행들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재무구조가 건전한 은행으로 탈바꿈 되었다.

20여 년의 장기불황을 거치면서 수많은 일본인들은 패배의식에 젖어 낙담하였다. 그러나 일본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 가운데 미래를 대비하며 기술 투자를 하였다. 1~2년이 아니라 무려 20년간 앞이 캄캄한 가운데서로 미래를 대비하며 기술 투자를 하였던 것이다. 보릿고개에서 배를 곯으면서도 내년의 농사를 위해 절대로 까먹지 않는 ‘종자’가 있다. 일본의 기술 투자는 기업이 배를 곯는 와중에서도 보존해 온 ‘종자’였던 것이다.

 

 

일본 '시부야' 거리 전경

 

일본이 여전히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이 제조업 분야라는 점은 분명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년이라는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은 앞으로도 상당히 잘 사는 나라 중에 하나로 존속할 것이다. 왜냐하면 일과 직업에 생명을 거는 사람으로 가득 찬 사회가 못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세기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경제대국으로써의 명예는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는 전 세계인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음악과 영화와 같은 문화산업의 시대가 될 것이다. 인간의 정신을 이해하는 문화가 없이는 세계 최고의 상품을 내놓기 어려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일본 역사에서 외부의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사상과 종교가 깊이 뿌리를 내린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일본 문화는 실질적이고 가시적이며, 그 이상의 탐색은 거의 없었다고 무방하다. 오랜 세월 동안 형성된 이러한 일본문화의 특성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이 부분을 과연 일본이 어떻게 대처해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